왕과 사는 백성
최근 한국에서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누적관객 수 약 1,761만명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남겼습니다. 영화 속의 중심 인물인 단종을 중심으로 제가 묵상한 내용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속 단종의 모습은 단순한 역사적 비극을 넘어서 인간의 존재를 깊이 성찰하게 만듭니다. 역사적으로 간략하게,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단종은 본래 자신의 의지라기보다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뜻에 의해 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삼촌인 수양대군에 의해 폐위되고, 왕의 자리에서 끌어내려지죠. 그리고 왕에서 죄인의 신분으로 추락한 단종은 영월로 유배됩니다. 유배된 그곳에서 단종은 더 이상 권력을 가진 군주가 아니라, 죄인의 신분으로 평범한 백성과 함께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 존재하게 되는데요. 그는 그들과 함께 밥을 먹고, 그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그는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왕이란 무엇인가’, ‘백성에게 필요한 왕은 어떤 존재인가’를 말이죠. 저에게 ‘왕과 사는 남자’ 영화는 단순한 역사적 상상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신앙적/신학적 묵상으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그것은 온 우주 만물의 주관자요 우리의 왕이신 하나님, 그리고 그 하나님과 본질상 하나이신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을 묵상하게 만들었습니다. 메시아이신 예수님은 유대인들이 기대했던 방식대로 이 땅에 오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여전히 왕이셨지만, 그분의 권력과 영광을 앞세우지 않으셨습니다. 하늘의 영광을 뒤로하고 인간의 몸을 입으신 성육신의 사건은 단종이 왕에서 죄인의 신분으로 유배지에 온 모습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급진적인 ‘내려오심’이었습니다.
이 땅에서 예수님은 언제나 가장 낮은 자리에 머무셨습니다. 예수님은 죄인들과 함께 식사하셨고, 병든 자들과 접촉하셨으며, 사회적으로 배제된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예수님은 높은 곳에서 통치하는 왕이 아니라, 사람들 가까이에서 함께 살아가는 왕이셨습니다. 영화 속 단종이 유배지에서 백성과 함께 살아가면서 ‘어떤 왕이 필요한가’를 깨달았다면, 예수님은 이 땅에서의 삶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왕이 어떤 분이신지를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그것은 백성을 지배하는 왕이 아니라 섬기는 왕, 군림하는 왕이 아니라 함께하는 왕의 모습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중요한 차이점이 하나 있는데, 단종은 권력을 잃었기 때문에 내려온 왕이었지만, 예수님은 권리를 포기하고 순종으로 자발적으로 내려오신 왕이셨습니다. 그래서 단종의 내려옴이 비극적 운명이라면, 예수님의 내려오심은 우리를 위한 사랑의 선택입니다. 여러분, 이 사실은 오늘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어떤 왕을 기대하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높은 자리, 더 많은 재력, 더 큰 영향력을 향해 살아가는 우리와 달리, 죄가 없으신 예수님은 오히려 죄인의 자리 십자가의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길은 오늘도 우리에게 동일하게 초대되고 있습니다.
영화 감상평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관객으로 들어갔다가 백성으로 나온다.” 여러분, 우리는 예수님을 내 삶의 구세주요 왕으로 모시고 섬기겠다며 결심한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관객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주님의 백성으로서 살아가고 있는가?” 깊이 묵상하고 믿음의 결단이 서며, 예수 그리스도의 백성, 우리의 왕이신 하나님의 사람으로 서는 은혜가 있기를 축원합니다. (민진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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