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시작하는 첫날에
오늘은 9월 1일, 가을을 시작하는 첫날입니다. 그동안
모든 여름 사역들이 은혜 가운데 다 마쳐졌고, 우리 아이들도 개학을 해서 학교로 돌아갔고, 또 새벽에는 제법 쌀쌀하게 느껴지고, 나뭇잎이 살짝 고동색깔을 띄는 9월이 어느덧 되었습니다.
유독 길게 느껴졌던 여름이었는데,
금년에는 가을이 좀 더 길어서 멋진 단풍을 좀 더 오래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희망사항을 가져봅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캘리포니아에서 버지니아로 이사온지도 딱 4년이 되었네요. 아들이 고등학교senior때 이사왔는데, 이제 대학교 senior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또한 새해를
시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금년 한해도 딱 삼분의 일, 4개월만 남았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번뜩 듭니다. 이러다가 곧 추수감사주일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또 금방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며 한 해를 보내는 12월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가을을
시작하면서,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또 새해를 잘 준비하는 남은 4개월이
되기를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가을을 시작하는 첫날, 성도님들과
가을에 관한 시 하나를 나눕니다. 이번 가을엔 우리 모두가 따뜻한 가슴을 지니기를 소망하고, 더욱더 성숙해지는 계절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 가을엔 따뜻한 가슴을
지니게 하소서 (by 이채 시인)
가을엔 마음의 등불 하나 켜 두게 하소서
하루의 아픔에 눈물짓고
이틀의 외로움에 가슴 쓰린
가난해서 힘겨운 나의 이웃이여!
그 가녀린 빛이 무관심의 벽을 넘어
우리라는 이름의 따뜻한 위로가 되게 하소서
가을엔 뜨거운 눈물의 의미를 깨닫게 하소서
나무가 열매를 맺기까지
참아낸 긴 시간들이 알알이 익어갈 때
우리 살아가는 인법도 이와 같아
인내와 믿음과 기다림의 눈물 없이
어떻게 사랑을 말할 수 있으리오
가을엔 따뜻한 가슴으로 기도하게 하소서
같은 비바람을 거치고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와
나무를 떠나 흙으로 돌아가는 낙엽을 위하여
희망을 잃고 방황하는 누구를 위하여
건강을 잃고 신음하는 그 누구를 위하여
가을엔 비움의 지혜를 깨닫게 하소서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보기보다
지는 낙엽의 겸허함을 바라보게 하소서
욕망의 늪은 그 깊이를 모르고
욕심의 끝은 한이 없나니
하늘을, 세상을 원망하기보다
오늘 살아 있음에 감사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