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이 좋아 물처럼 살리라
지난 주 토요일에 김훈권 집사님의 아버님(고 김용욱 목사님)과 어머님(고 안창실 사모님)의
추모예배가 있었습니다. 지난 봄 코로나 바이러스가 뉴욕에서 가장 기승을 부릴 때, 3월 31일에는 어머님께서 소천하셨고, 4월 10일에는 아버님께서 소천하셨습니다. 원래부터 두 분에게 지병이 있으셨지만, 열흘 사이로 부모님 두 분과
사별을 해야 하는 것은 참으로 마음이 아프고 슬픈 상황이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 때 정부로부터
내려온 코로나 바이러스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장례예배도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유가족들은 눈물을 머금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곧 진정되면, 그
때 장례/추모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달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들 아시다시피 이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은 장기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유가족들은 속상해하며, 늘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10월 3일이
아버님 생신이었는데, 그 날 여러 곳에 흩어져 사는 유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게 되었고, 드디어 추모예배를 드리기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소천하신지 6개월 만에 드리는 이 예배 가운데, 하나님께서 유가족들을 특별하게
위로하시고 은혜로 채워주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추모예배 중, 김훈권집사님께서 아버님을 기억하시며, 아버님께서 목사 안수를 준비하실 때 지으신 시를 읽어주셨습니다. 그
시가 저에게 큰 은혜와 도전이 되었기에, 우리 필그림의 성도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집사님의 동의를 받고 성도님들과 공유합니다.
나는 물이 좋아 물처럼 살리라 (김용욱 목사)
물은 더러운 것 맑게 씻어 주나니
나는 물이 되어 깨끗하게 살리라
물은 어디서나 수평을 이루나니
나는 높낮음 없이 고르게 살리라
물은 던진 돌 삼키고 잔잔해지나니
나는 괴로움 당해도 삭이며 살리라
물은 언제나 낮은 데로 흐르나니
나는 물처럼 낮아지며 살리라
물은 위대한 힘을 갖고 있나니
나는 물처럼 힘 있게 살리라
물은 고여 있어 썩어 냄새가 나나니
나는 물처럼 나눠 주며 살리라
물은 방울이 모여서 창해를 이루나니
나는 물처럼 하나 되어 살리라
물은 모양도 없고 맵시도 없나니
아집 없이 모 없이 물처럼 살리라
물음 만물에게 생명을 주나니
나는 생명수를 너눠 주며 살리라
나는 물이 좋아 물처럼 살리라
흐리고 또 흐르는 물처럼 흘러가리라
물과 피를 흘리사 나를 살려 주신 주
이 목숨 물이 되어 주를 위해 살리라
(1962년 목사 안수 준비기도를 할 때 지은 시)